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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셀린느 향수들 사진
    출처: 셀린느 공홈

     

     럭셔리 패션과 우아함의 영역에서 셀린느는 세련미와 동의어인 상징적인 브랜드이다. 2018년에 에디 슬리먼이 셀린느의 아티스틱 디렉터로 복귀한 후, 그는 2011년 이후로 볼 수 없었던 셀린느의 향수를 오뜨 퍼퓨머리 컬렉션으로 론칭한다. 셀린느 브랜드 이미지에 맞게 이 컬렉션은 감정, 추억, 그리고 비할 데 없는 고급스러움을 불러일으키는 향기들이다. 매혹적인 셀린느 향수들을 통해 향기로운 여행을 떠나보자.

     

    에디 슬리먼 (Hedi Slimane)

     

    디올 옴므와 생 로랑을 거쳐 현재 셀린느의 아티스틱 디렉터인 에디 슬리먼은 원래는 사진가가 꿈이었다고 한다. 그는 프랑스 태생으로 에꼴 두 루브르에서 미술사를 전공하였다. 1996년에 생로랑의 레디 투 웨어 남성복 컬렉션 디렉터를 거쳐 아티스틱 디렉터로 활동하였다.

     

    에디 슬리먼을 대표하는 "스키니 실루엣"은 2000년대 초 디올 옴므의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활동하며 매우 유명해졌다. 2001년에 디올 옴므의 첫 향수 higher를 출시하기도 하였다. 에디 슬리먼의 디올 옴므 시절 디올 옴므의 매출은 폭발적으로 늘어났으며 수많은 연예인들이 그가 디자인한 옷들을 입었다. 2007년도에 디올을 떠나게 되고 2012년부터 생로랑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였다.

     

    이후, 셀린느의 대표 이미지를 만들었다고 평가받는 피비 파일로가 셀린느를 떠나고 난 다음을 이어받는 아티스틱 디렉터로 에디 슬리먼은 셀린느에서의 경력을 이어나갔다.

     

    2019년에 에디 슬리먼은 셀린느 오뜨 퍼퓨머리 컬렉션 (La Collection Celine Haute Perfumerie)을 론칭한다. 패션에서도 아방가르드한 접근으로 유명했던 에디 슬리먼은 자신의 창조적 기량을 향수의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투영시켰다. 자신의 떠오르는 기억과 감정을 향으로 담아낸 이 컬렉션은 현재 11종의 향수로 구성되어 있다.

     

    셀린느 오뜨 퍼퓨머리 (Celine Haute Perfumerie)

     

    셀린느 오뜨 퍼퓨머리의 중심에는 정성껏 작곡한 걸작처럼 펼쳐지는 후각 교향곡이 자리하고 있다. 컬렉션에 담긴 각각의 향수 노트들은 전통적인 향기의 경계를 뛰어넘는 조화로움에 기여하고 있다. 향수를 만드는 과정의 모든 면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는 슬리먼의 세심한 예술성이 돋보이는 컬렉션이다. 감각적인 탑 노트부터 지울 수 없는 인상을 남기는 잔향의 베이스 노트까지, 각각의 향기는 정성스럽게 큐레이션 된 향기의 교향곡을 통한 여행이다.


    예를 들어, 이 컬렉션의 대표적인 향수 노트의 특징은 플로럴 노트와 우디 노트의 은은한 조화이다. 탑 노트는 신선한 꽃의 향기와 함께 터져 나오고, 점차 깊이와 정교함을 더해주는 우디 노트가 베이스로 자리를 잡고 있다. 11종의 향수들 모두 많은 노트들이 복잡하게 들어간 구성이 아니라, 몇 개의 노트들로 이루어진 심플하고 세련된 느낌의 향이다. 이와 같은 세심한 향의 레이어드는 일반적인 것을 뛰어넘는 후각적 경험을 만들겠다는 슬리먼의 의지를 보여준다. 마치 매혹적인 소설의 레이어드를 풀어내는 것처럼, 향수 애호가로서는 각 노트들 구성의 깊이와 조화로움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다. 향기들의 특징은 11종의 모든 향수가 남녀가 공용으로 사용해도 무관할 젠더리스한 느낌의 향들이다. 이 또한 슬리먼이 추구하는 느낌인 듯하다.

     

    매혹적인 향기도 향기지만, 셀린느의 향수 컬렉션은 포장과 프레젠테이션에서 우아함을 향한 헌신으로 마음을 사로잡는다. 각각의 향수병은 내부의 장인정신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로서, 디자인에 대한 슬리먼의 예리한 안목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세련된 아우라를 만들기 위해 매끈한 라인, 미니멀리즘 미학, 프리미엄 소재의 사용이 합쳐졌다. 포장 박스 위쪽으로 둘러진 검은 리본은 왠지 디올 옴므 시절 그가 디자인하던 스키니 실루엣의 슈트에 구성된 넥타이 같기도 하다. 

    향수 애호가에게 있어 향수를 언박싱하는 경험은 귀중한 보석을 다루는 것과도 같다. 뚜껑에 양각된 셀린 로고에서부터 손에 들고 있는 병의 무게와 느낌에 이르기까지 아주 작은 요소들까지 셀린느 브랜드 그 이미지답게 심플하고 세련되었다. 이러한 세심한 접근은 향수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예술과 고급의 한 구현이라는 개념을 강조하고, 전체적인 감각의 경험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향수가 하나의 예술작품임을 강조하는 듯하다. 우아한 포장은 기다리고 있는 후각의 여정을 가시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되어, 향수를 입는 의식에 기대와 즐거움을 더해준다.


    추천 향수

     

    • 생 제르망 데 프레 (Saint-Germain-des-Pres)

    네롤리, 쁘띠그랭, 화이트 오리스 버터, 헬리오트로프, 바닐라

    자연에서 피는 초록의 풀향과 함께 가볍게 파우더리한 로션의 느낌이 난다. 향이 강하지 않은 로션을 바르고 나서 네롤리 계열의 시트러스 향수를 레이어링해서 뿌리면 이런 향이 날까 싶은 정도의 느낌인데, 약간 독특한 한 스푼이 있어서 데일리로 쓰기 딱 좋은 니치향수라고 생각된다.

     

    • 블랙 타이 (Black Tie)

    화이트 오리스 버터, 시더, 트리모스, 바닐라, 머스크

    블랙타이는 건조한 바닐라와 오리스 버터에서 나오는 아이리스 향이 은은하면서도 잔잔하게 파우더리한 느낌을 준다. 전체적으로는 단향이 없는 건조한 바닐라향이며, 모스 덕분인지 약간은 레더의 잔향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부담스럽지 않고 시크한 느낌의 건조한 바닐라향을 찾는다면 블랙타이를 추천한다.

     

    • 당 파리 (Dans Paris)

    베르가못, 코리앤더 씨, 로렐 블라썸 어코드, 머스크, 바닐라

    활기찬 느낌 한 방울의 탑 노트로 시작하는 당 파리, 가볍게 파우더리한 꽃향과 베르가못 코리앤더가 어우러지는 느낌이 활기차게 파리의 시내를 영화 속 트래킹 샷처럼 가볍게 누비고 다니는 느낌이 난다. 약간 아기들이 가지고 노는 플레이 도우 느낌처럼 살짝 톤이 높고 인공적인 느낌도 있지만 전체적으론 매우 맘에 드는 향수이다.

     

    • 파라드 (Parade)

    베르가못, 네롤리, 베티버, 머스크, 오크 모스

    세상엔 많은 네롤리 향수가 있지만, 셀린느의 파라드는 베르가못과 네롤리가 깔끔하게 어우러지는 약간 fizzy한 느낌의 깔끔한 시트러스다. 베티버와 머스크도 향이 꼬릿함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되는데 한몫하는 듯하다. 발향은 은은하지만 은근히 지속력도 좋은 향수. 네롤리를 좋아한다면 시향을 추천한다.

     

    • 라뽀뉴 (La Peau Nue)

    베르가못, 로즈 앱설루트, 화이트 오리스 버터, 라이스 파우더, 베티버

    셀린느 오뜨 퍼퓨머리의 살냄새 라뽀뉴이다. 베르가못이나 로즈향이 두드러지는 것은 아니며 매우 은은하게 파우더리한 느낌의 꽃향이 라이스 파우더의 살짝 고소한 느낌의 향과 어우러져서 잔잔하게 연출된다. 살성에 따라 두드러지는 느낌이 다를 수 있다. 고전적인 파우더리한 향인 메종 디올의 슈발 블랑의 연한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좋다. 살냄새 계열의 향수를 좋아한다면 추천한다.

     

    향수 애호가로서 유행을 따르지 않는 클래식한 향기로 자신을 꾸미는 기쁨은 매혹적이다. 향기는 시간의 시험을 견디는 자신의 본질을 나타내는 기호, 후각적 표현이 된다. 컬렉션을 처음 탐험하든, 좋아하는 향기를 다시 방문하든, 셀린느의 향수의 세계에서는 그저 덧없는 순간이 아니라 우아함과 세련미로 계속해서 펼쳐지는 클래식함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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