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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크 초콜렛
    사진출처: pixabay

     

     

    미식가라는 뜻의 단어 "gourmand"에서 유래된 구르망 향수는 맛있거나 먹을 수 있는 간식의 향을 모방한 후각적 창작물을 말한다. 이러한 향은 종종 바닐라, 캐러멜, 커피, 그리고 초콜릿과 같은 향을 그 메인 노트로 삼는다. 탐닉과 달콤함의 세계로 향수 애호가들에게 감각적 경험을 선사하는 구르망 향수의 매력! 이 글에서는 초콜릿향을 리얼하게 구현했으면서도 향수로서 매력이 많은 5가지의 니치 향수를 소개해본다.

     

    겔랑 구르망 코퀸 (Guerlain - Gourmand Coquin)

     

    노트 정보: 다크 초콜렛, 카카오, 럼, 바닐라, 스파이스, 로즈, 페퍼

     

    겔랑의 구르망 코퀸은 탑 노트에서 스파이시한 페퍼와 베르가못이 신선하면서도 톡 쏘는 느낌으로 터지며 시작한다. 향기가 진행되면서 하트 노트가 중심을 잡고 장미, 재스민, 벤조인의 풍부한 태피스트리를 드러낸다. 이 단계에서 구르망 코퀸의 진정한 마법이 펼쳐지는 듯한데, 꽃과 수지로 된 노트들이 도취적인 혼합을 만들어내며 구르망 캐릭터가 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구르망 코퀸의 스타 노트인 다크 초콜릿은 향수를 뿌렸을 때 고급스럽고 편안한 느낌으로 다른 노트들을 포옹하는 듯 하다. 초콜릿 노트는 달콤함과 깊이 사이의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데, 마치 겉은 포슬포슬한 카카오 가루가 묻어 있고 안에는 쫀득쫀득하게 만들어진 생 초콜릿처럼, 달콤함과 부드러움이 춤을 추는 느낌이다. 

     

    오프닝의 스파이시함과, 잔향의 부드러움 이 두 가지 대조적인 요소들을 매끄럽게 조화시키는 능력이 겔랑 고유의 느낌인 듯 하다. 겔리나드의 주요 재료 바닐라와 통카등과 함께 어우러지는 스파이시한 다크 초콜릿의 풍부한 향연. 이 향수는 단순한 구르망이 아니라 뿌릴 때마다 매 순간 다른 면을 드러내며 아름답게 펼쳐지는 교향곡 같다. 발향도 풍부하고 지속력도 좋은 편이라서 오랫동안 고혹적인 초콜릿향의 여운이 남는다. 현재는 단종되었으며, 파리의 메종 겔랑에서 커스터마이즈드된 비 바틀에 담아 구입이 가능하다.

     

     

    겔랑 페브 구르망드 (Guerlain - Feve Gourmande)

     

    노트 정보: 카카오, 럼, 스파이스, 스모크, 티, 로즈, 패출리

     

    겔랑의 페브 구르망드는 23년 12월, 겔랑의 라르 에 라 마티에르 라인에서 신제품으로 출시된 향수이다. 그러나 이 향수는 단종된 겔랑의 전설적 초콜릿향 구르망 코퀸이 재출시되는 것이라고 소문이 나서, 출시 전부터 향수 애호가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얻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겔랑의 조향사 델핀 젤크가 조향한 라르 에 라 마티에르의 일련의 향수들이 가지는 특유의 느낌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편인데, 스파이시하면서도 매력 넘쳤던 구르망 코퀸을 좀 더 많은 대중에게 다가가기 쉽게 만든 느낌이 난다.

     

    오프닝에서 스파이시함이 강했던 구르망 코퀸과 달리, 페브 구르망드는 오프닝의 스파이시함이 사라졌다. 매력적인 카카오향이라는 dna는 건재하지만, 여기에 럼의 향이 좀 더 많이 가미가 되었고, 전체적인 향의 발향력 또한 많이 은은하게 약해진 느낌으로 조향되었다. 겔랑의 바닐라 통카의 향기가 페브 구르망드에서도 유사하며, 마치 많이 약해진 버전의 토바코 허니 비슷한 느낌도 난다.

     

    페브 구르망드는 아마도 단종된 구르망 코퀸의 매력을 좋아했던 향수 애호가라면 약간 심심하다고 느낄수도 있다. 그러나 구르망 코퀸을 시향 해보지 못한 대부분의 향수 애호가들에게도 무난하게 겔랑의 초콜릿 럼향으로 어필할 수 있는 잘 꾸며진 향이다.

     

     

     

    푸에기아 1833 무스카라 카카오 (Fueguia 1833 - Muskara Cacao)

     

    노트 정보: 카카오

     

    푸에기아 1833의 무스카라 시리즈는 거의 단일 노트를 머스크와 함께 잘 살리는 라인인 듯하다. 뿌리자마자 하~ 리얼한 초콜릿향이다 싶은 느낌의 향. 카카오 함량이 높은 다크 초콜릿의 향 느낌이다. 실제로 초콜릿 포장을 벗기면, 초콜릿의 향은 쌉쌀하면서도 기분 좋은 특유의 벨벳티한 풍부하고 매끄러운 향이 나는데, 꼬릿함이 없이 깨끗하게 카카오향이 초콜릿향으로 구현되는 느낌이다. 기분 좋은 식향은 도취되는 아우라를 만들어내며, 즐거운 식감의 정교한 디저트의 본질인 초콜릿향을 느끼게 한다.

     

    잔향은 따뜻한 머스크로 남으면서 입었을 때 주변에 고급스러운 향기가 은은히 남는다. 푸에기아의 무스카라 시리즈들은 전부 그 이름에 걸맞게, 심플하면서도 모자람이 없게 충족감을 주는 충실한 단일 노트의 향을 잘 구현하는 듯하다. 머스크로 마무리하는 느낌이 향이 과하지 않으면서도 살짝 가볍게 마무리되는 느낌이라서, 사실 가격을 생각해 보면 이걸 이 돈을 주고 사는 게 맞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또 찾으려면 이만큼 깔끔한 초콜릿향 향수도 드문 것 같다. 

     

    푸에기아 1833의 무스카라 시리즈는 이외에도 추천하고 싶은 구르망 향수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데, 꿀향을 좋아한다면 무스카라 아피스를, 연유향을 좋아한다면 뀔롬보를, 장미향을 좋아한다면 무스카라 로사를 시향 추천한다. 

     

     

    미식가 향수, 특히 초콜릿의 화려한 노트가 특징인 향수는 독특하고 즐거운 후각 여행을 제공한다. 다크 초콜릿의 세련된 매력이나 밀크 초콜릿의 달콤한 편안함에 끌리든 모든 갈망을 충족시킬 미식가 향수가 있다. 감각에 빠져 퇴폐를 받아들이고, 이 초콜릿이 함유된 향수들이 당신의 후각과 영혼을 위한 맛있는 디저트를 대접하는 세계로 함께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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